주한미군 감축? 미국서도 '불안불안' [주용석의 워싱턴인사이드]

입력 2019-02-05 11:13   수정 2019-02-05 19:29


2차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미 의회에선 주한미군 감축을 어렵게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북한 을 다뤄본 미 전문가들은 주한미군 감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협상에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문제를 ‘당근’으로 제시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 트럼프 행정부 “주한미군 문제 테이블에 올라온 적 없다”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반응은 ‘노(no)’다. 2차 미·북정상회담 실무협상의 미국측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달 31일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런 거래를 제안하는 어떤 외교적 논의에도 관여하지 않는다”며 “그것은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 대행도 30일 워싱턴의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북핵 협상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주한미군 문제가 테이블에 올라온 적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주한미군 계속 주둔”…“어쩌면 언젠가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미 CBS 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답변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다른 얘기는 한번도 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언젠가는(얘기할지도 모르겠다). 내 말은 누가 알겠느냐는 뜻”이라며 “하지만 그곳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건 비용이 아주 많이 든다. 한국에는 4만 명의 미군이 있는데 그것은 비용이 아주 많이 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나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며 “나는 그것을 없애는 것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실제 주한미군 규모는 2만8500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잘못 말했다.)

◆올브라이트 “트럼프, 주한미군 철수 약속해선 안돼”

빌 클린턴 행정부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 방영 다음날인 4일 미 매체 ‘살롱’과 인터뷰에서 2차 미북정상회담에 대해 “차기 정권 입장에서 어려운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약속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과 어떠한 (군사)훈련도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거나,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할 것이라는 약속을 하거나, 향후에 영향이 있는 일은 하지 않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한미군과 관련, “내가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 그는 우리가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며 “내가 걱정하는 것은 김정은에게 우쭐해지려는 하나의 노력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정권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언가를 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트럼프-김정은 회담에 대해서는 ‘김정은 승리’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왜냐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과 하는 몇몇 훈련을 취소했지만, 북한이 이에 부응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주었는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북한은 그들이 무엇을 가졌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목록이나 국제적인 비핵화 측정 방법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 언론도 “주한미군 감축 우려”

미 언론도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감축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방위비 지출 다툼이 주한미군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다’는 기사에서 “한국과의 팽팽한 방위비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 (유지)비용에 대한 우려로 2월말 김정은(위원장)을 만날 때 주한미군 감소를 제안할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평가했다.

WSJ는 “전략적인 중요성과 한국 정부의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감안할 때 의미심장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은 낮지만, 주한미군이 수십년간 (한국에)주둔해온만큼 감축 가능성은 있다고 안보 전문가들은 말한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의 맥스 부트 칼럼니스트는 지난달 26일 ‘낸시 펠로시가 트럼프보다 훨씬 낫다. 김정은과 탈레반이 뭘할지 상상해보라’는 칼럼에서 한·미간 방위비 협상 갈등을 거론하며 “(트럼프)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시작하는 구실로 북한과의 공허한 합의를 이용할 거라고 상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미 의회선 ‘주한미군 감축 제한’ 법안 발의

지난달 30일에는 미국 하원에서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이하로 감축하는걸 제한하는 ‘한·미 동맹 지원법안’이 발의됐다. 민주당 초선인 톰 맬리나우스키 의원과 공화당의 밴 테일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엔 8명의 하원의원이 동참했다. 현재 미국엔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이하로 줄이는걸 어렵게하는 국방수권법(NDAA)이 발효돼 있다.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이하로 감축하는 작업에 2019 회계연도(2018년 10월1일~2019년 9월30일) 예산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법안이다. 지난해 7월 하원에 이어 8월 상원을 통과했고, 같은 달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법안이 발효됐다. 다만 감축을 위한 예외조건이 ‘미국 국익에 부합하고 동맹의 안전을 심각하게 약화하지 않으며 국방장관이 감축에 대해 한·일 등 동맹국과 적절한 협의를 거쳤다고 의회 군사위원회에 확약하는 경우’로 다소 느슨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에 미 하원에서 새로 발의된 법안은 기존 국방수권법보다 주한미군 감축조건을 훨씬 까다롭게 규정했다.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이하로 줄이려면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의회에 ‘한국이 스스로를 방어하고, 한반도에서의 충돌을 억제할 수 있는 완전한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보증하도록 했다. 또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과 사전 협의를 해야 하며 ‘북한이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 군축을 완료했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미·북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을 ‘당근’으로 내밀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법안이란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김정은 “군사연습, 전략자산 반입 중단”

미국 의회와 언론, 전문가들이 요즘 주한미군 문제를 부쩍 자주 제기하는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주한미군 문제를 양보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북과 남이 평화번영의 길로 나가기로 확약한 이상 조선반도 정세 긴장의 근원이 되고 있는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 자산을 비롯한 전쟁 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라고 밝혔다. 한·미군사훈련 및 한반도 내 미국의 전략자산 배치 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트럼프 과거 “주한미군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주한미군 관련 행보와 그의 예측하기 힘든 움직임도 미국에서 주한미군 지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김정은 위원장과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불쑥 한·미 훈련 중단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한국과 사전 논의가 없었고, 미 행정부 인사들 상당수도 사전에 내용을 알지 못한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주한미군을 유지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든다(tremendously expensive)”며 “주한미군을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는 말까지 했었다.

밥 우드워드 WP 부편집인이 쓴 ?공포?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에 대한 평소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지난해 1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왜 많은 돈을 들여 주한미군을 주둔시키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당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한국은 가장 강력한 자유의 보루다. 우리는 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이걸 하고 있다”고 답했다. 매티스 장관은 지난해 12월 경질됐다. 그는 사임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맹을 중시하라”고 충고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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